체질 태교는 보편적인 태교법의 하나일 뿐
한의학의 독특한 이론인 사상체질 의학은 원래 심리학과 행동 과학적 이론에서 출발했는데, 학문이 성립되면서 치료 이론과 함께 섭생(양생) 이론이 추가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것이 태교와 접목되면서 실천적 의미로서의 체질별 태교가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이다. 체질 태교는 태교 전반의 일반적인 원칙을 지키면서 임신을 시도하는 단계부터 각 성정별 장점을 살리고 단점을 억제하면서 섭생을 잘 지켜나가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즉 체질별로 체형적, 질병적, 사회적 특성을 감안해서 태교를 하면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여기서 한 가지 주의해야 할 것은 체질의 전형적인 특색이 명확히 드러나는 사람은 적극적으로 활용하면 도움을 받을 수 있지만, 그렇지 않고 체질 감별이 모호한 경우에는 절대적으로 신봉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음식 또한 체질에 맞는 음식이 존재하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이것 역시 태교법과 마찬가지로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사상체질에 따라 도움이 되는 음식과 해가 되는 음식을 자신의 체질에 맞춰 섭취하고, 기타 음식물은 상대적으로 적게 섭취하는 것이 건강에 유리하지만, 무엇보다 전체적으로 골고루 먹는 것이 바람직하다. 김동일 과장은 "임신 중에 체질에 맞는 음식만을 고집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체질성 질환의 예방과 치료에 보조적으로 응용하는 정도가 적절합니다"라고 말한다. 즉 체질에 맞는 음식을 절대적인 기준으로 삼아 접근하기보다는 평소에 골고루 음식을 섭취하되, 건강이 나쁠 때는 참고해서 체질에 나쁜 음식을 피하는 쪽의 음식 습관을 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체질 태교보다 더 중요한 한방 태교 이야기
동양에서 태교는 주나라 임금인 문왕을 훌륭한 임금으로 키우기 위해 모후가 임신 중에 몸가짐을 바르게 한 것에서 비롯됐다고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태교는 훌륭한 군주를 배출하기 위한 왕가의 법도 중 하나였다. 이후 문화와 학문이 발달하면서 모범적인 태교의 표본이 사회에 널리 퍼지면서 조선 말기까지는 양반가의 규범으로 중요시돼 왔다. 조선의 양반가에서 실천한 태교의 규범으로는 사주당의 <태교신기>가 전해 내려오기도 한다. 태교에 대한 이론은 매우 다양하지만 특히 한의학에서의 태교는 임신 중에 태아를 위한 긍정적인 태내 환경을 유지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한다. 이를 위해서는 임신 기간 동안 태아의 발달 과정에 따라 임신부가 다음의 사항을 지켜야 한다.
임신 1개월 시배(始胚), 새콤달콤한 음식 섭취와 심신의 안정을 통한 유산 방지를 권고함.
임신 2개월 시고(始膏), 자극적 음식 섭취 제한, 음향 자극의 회피, 유산 방지를 위해 성생활에 대한 주의를 권고함.
임신 3개월 시태(始胎), 외부적 환경에 태아가 반응을 시작하는 시기. 슬픔과 공포 등 심리적 자극이 없도록 권장함.
임신 4개월 물(水)의 정기를 받는 시기. 담백한 음식과 심신의 안정으로 침잠의 지혜를 닦기를 권장함.
임신 5개월 불(火)의 정기를 받아 기(氣)를 형성하는 시기. 충분한 수면과 보온에 유의하며, 오장(五臟)의 형성을 위해 여러 가지 영양식의 고른 섭취를 권장함.
임신 6개월 쇠의 정기(金精)를 받기 시작하여 근육의 구조가 완성되는 시기. 산책과 가벼운 운동을 권장하며, 과식을 경계함.
임신 7개월 나무의 정기(木精)를 받아서 골격의 구조가 완성되는 시기. 적절한 신체 활동을 통해 기와 혈의 순환을 권장함. 태아의 청각을 고려하여 소음에 노출되지 않도록 권고함.
임신 8개월 흙의 정기(土精)를 받아서 피부의 구조가 완성되는 시기. 심리적 안정과 함께 호흡을 고르게 하도록 권고함.
임신 9개월 돌의 정기(石精)를 받아 피부와 모발, 육부(六腑)와 모든 관절이 구조와 기능을 완성하는 시기. 옷차림 등을 편하게 하고 보온에 주의할 것을 권고함.
임신 10개월 오장(五臟)이 모두 갖추어지며 육부(六腑)가 모두 통하게 되며 천지(天地)의 기(氣)를 단전(丹田)에 모으는 시기. 침착하게 출산에 대비하도록 권고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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